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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러시아+발틱3국 6박8일 패키지"의 기록입니다.

일정은
'모스크바(1박) - 리투아니아(2박) - 라트비아(1박) - 에스토니아(1박) - 상트페테르부르크(2박)'

우리는
타슈켄트에서 출발하여 모스크바에서
한국 패키지 팀과 합류했다.

아에로플로트(Аэрофлот) 항공을 타고
아침 7시
모스크바 '셰리몌치예버(шереметьево, SVO)' 공항에 착륙.
15년전 출장왔을 때보다는
한결 깨끗해진 공항청사와 신속한 입국절차.

우선
패키지 팀에서 예약한 호텔로 가서
짐을 풀고 한국팀이 도착하는 저녁시간까지
개별적인 시내관광을 즐긴다는 계획.

모스크바에선
달러나 유로를 받지 않는다기에
공항 환전소에서
약간 환전을 했는데 매우 비쌌다.
기준환율이 1달러당 58~9루블(рубль) 정도였는데
52 루블  밖에 안준다.
나중에 은행에서 바꿔보니 54 루블.
발쇼이 극장 근처에 많은
시내 환전소에선 57 루블정도로 차이가 컸다.

짐을 끌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부실부실 온다.
마침
대기하고 있던 택시 삐끼 아저씨가
짐까지 끌어 주면서 호객을 하는데
값이 얼마인지 물어보니
무슨 표같은걸 보여주면서 호텔까지
3,700루블을 내란다. 헐 70달러가 넘는다.
비싸도 너무 비싸게 부른다.

1,000 루블에 가자고 하니
주차비만 해도 얼만데 택도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실었던 짐을 다시 내리고
과감히 다른 택시를 잡으러 가니까
슬슬 따라오면서 1,500에 하잔다.
비도 오고 다른 택시 흥정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탔다.

***

오전 10시도 안된
이른 시간이어서
호텔에 짐만 맡길 요량이었는데
친절하게 방 키를 내준다.

프론트에
택시를 타면 시내중심까지 얼마쯤 나오냐고 물으니
약 700루블에서 막히면 1,000루블이 넘을지도 모른다면서
호텔 앞에서 55루블짜리 버스를 타고
가까운 지하철 역에 가면 더 싸고 빨리 갈 수 있단다.
버스고 지하철이고 1인당 55루블이니
시내까지 110루블이면 갈 수 있는 셈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원래 차비는 거리 상관없이 50루블인데
버스, 지하철 공통으로 쓰는 교통카드값이 5루블로
충전해서 쓰다가 5루블은 나중에 환불받는다고 한다.
환승 할인도 된다는데
우리는 이것을 버스 탈 때 한번 사고
지하철 탈 때 새로 사고 했으니
좀 손해를 보긴 했다.
하지만 충전한 돈은 환불되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같이 단기 여행자는 그때그때
사서 쓰는게 유리할지도 모르겠다.

모스크바에 두어번 와 봤지만
지하철을 타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에 방공대피소로 쓰인다는 러시아 지하철은
정말 깊기는 깊었다.

중간쯤에서 찍은 모스크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아직도 끝이 안보인다)
 

***

지하철역 "비블리오쩨까 임 레니나"
(Библиотека им. Ленина)에서 내렸다.
"레닌의 이름을 딴 도서관"이란 뜻인데
여기서 им.은 "~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으로 뒤에 생격이 온다.
러시아에는 이런 이름을 가진 공공건물들이 많다.

(레닌 도서관역, 1935년 개설됐다고 함)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구름이 잔뜩꼈다.
해가 반짝 나다가 다시 비가 쏟아지도 한다.
변덕스런 러시아 날씨의 표본인데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7월에 모스크바를 여행한 친구로부터
비바람에 너무 추워서 파카를 사입었다는 얘기를 들어서
두터운 옷을 잔뜩 준비해 왔지만
오늘은 그저 바람막이 하나면 충분했다.


 
(지하철역 주변 거리)
 

우선

짝꿍이 아점으로 먹고싶다는
'블리늬'를 파는 식당을 찾아 가기로 한다.
가는 길에 '레닌 도서관'이 보인다.

(레닌 도서관, 1862년 건설되었다고 함, 동상은 도스토예프스키)
 
 
레닌 도서관 앞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좌상이 있다.
톨스토이보다 7년 선배로
서로 문학적 라이벌 관계였던 그가
톨스토이를 제치고
러시아 최대의 국립도서관이자
세계에서 5위의 장서보유를 자랑하는
레닌 도서관 입구에 앉아 있음은
어떤 의미일까.

***

스마트폰 구글지도를 켜고
블리늬 전문식당 쩨레목(Teremok)에 도착.

 
 
 
 

Teremok은
러시아에서 출발한 패스트푸드 체인점으로
'블리늬' 메뉴가 유명하다.

'블리늬'(Blini, Блины)는
러시아 전통의 팬케익으로
메밀이나 밀가루 반죽을 얇고 넓게 부쳐서
속에 치즈, 고기, 야채 등을 넣어주는 음식이다.
우즈벡 '라바쉬'와 비슷하다.

***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아까는 몰랐는데
바로 붉은광장 후문의 역사박물관 근처였다.

 
러시아 역사박물관(1872년), 기마상의 주인공은 러시아의 2차대전 영웅 '게오르기 쥬코프(Георгий Жуков)' 장군, 왼쪽으로 보이는 문과 건물이 붉은 광장 입구와 카잔성당)
 

 붉은 광장과 바실리 성당, 크렘린 궁전 등은
내일 패키지 팀에 합류해서
공식 관광키로 예정돼 있으므로
자세한 포스팅은 다음회로 미룬다.

붉은 광장과 굼 백화점을
잠시 돌아본 후
우리는 발쇼이 극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비록 시간이 안돼서
발레 공연은 못 보지만
극장 건물 앞에서 사진이라도 찍자는 심산.
또 타슈켄트에선 구하기 힘든
크로매틱 하모니카를 하나 사려고
극장 근처의 악기점에 가는 길이기도 했다.

(공산당 슬로건이 새겨진 석상)
 

굼(Гум) 백화점 후문을 거쳐
붉은 광장을 빠져 나와 발쇼이 극장으로 가는 길에
큰 석상이 하나 눈이 띈다.

Пролетарии всех стран, соединяйтесь!
(전국의 노동자들이여, 뭉쳐라!)
이젠
완전 자본주의 사회가 된 모스크바에
과거 공산당의 슬로건 한구절이
석상에 남아서 공산주의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국립 아카데미 대극장, 줄여서 발쇼이 극장, Большой Театр, '대극장'이란 의미)
 
(러시아 조각가 '표트르 클로트'[Пётр Клодт]의 작품들)
 

2002년엔가
음악 좋아하시는 높은 분 모시고 출장왔다가
이곳에서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를 관람하는 호사를 누렸었는데
아쉽게도 그때는 시차에다 일 때문에 피곤해서
공연 내내 졸다 나왔다능...

지난 2005년부터 6년간
210억루블(약 8천억원)을 들여
음향시설 교체 등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하고
2011년 다시 개장했다고 한다.

***

발쇼이 극장 옆의
쭘(ЦУМ) 백화점 뒤쪽으로 가니
꽤 큰 악기 판매점이 두군데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하모니카는 크로매틱이 없고
오직 다이아토닉 밖에 없었다.
이참에 다이아토닉도 한번 배워 보자고
호너 블루스하프를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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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도 아프고
좀 쉬었다 갈까 했더니
짝꿍이 미리 알아온 그루지아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가지요리랑 만두랑 사진을 캡쳐해 왔는데
정작 식당 이름은 생각이 안난단다.
ㅋㅋㅋ
발쇼이 극장 근처라고 하는데
한강에서 바늘찾기.

좀 헤매다가
할 수 없이 주변에 괜찮아 보이는
러시아 식당에 들어갔다.
'Ресторан 5642 Высота'
직역하면
"5642고지 레스토랑"
Высота(븨소타)는 '높이, 고도'

무슨 식당이름이 이상도 하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행 전문 사이트
TripAdvisor가 모스크바 식당 13,000개 중 9위에,
HelloTravel이 2위에 랭크시켜 놓은
모스크바에서 꽤 유명한 식당이었다.


 
 
 
 

한병에 400루블인가 하는
독일산 등 외제맥주만 판매하는 비싼 식당인만큼
값싼 그루지아 식당을 못 찾은 댓가가 크긴 했지만
음식은 짝꿍의 입맛을 사로잡을만 했다.

식당 이름이 왜 5642일까
나중에 조사해 보니
러시아 서남쪽 그루지아 국경에서 멀지 않은 곳의
캅카스 산맥 최고봉인 옐브루스(Эльбрус)산의
고도가 바로 5642미터였다.

러시아 최고봉인 동시에
유럽대륙의 최고봉이라는 의미가 있다.
유럽이 러시아를 배제하면
프랑스 몽블랑이 4810미터로 최고봉이 되는데
러시아는 스스로 유럽국가임을 자처하면서
유럽 최고봉이 자국에 있음을
자랑스럽게 주장한다는
바로 그 봉우리의 높이가 5642라는 것이다.

***

식사후
옷가게도 들어가 보고
공원에도 앉아 있고 하다가
패키지팀과 합류하기로 한 한국식당으로 이동.

가는길에
참새언덕에 들러 잠시 모스크바 시내를 조망.
모스크바가 얼마나 평평한 땅인지,
시내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00m,
모스크바 강 수위로부터 80m 밖에 되지 않는다.
이 곳이 바로 참새언덕이다.
러시아어로 Воробьёвы горы(바라뵤븨 고릐).
1400년대 이 지역에 살던 어느 귀족이
참새마을이라 이름 지은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름의 유래가
우리나라 압구정동과 비숫하다.

공산당 시절엔
한때 레닌 언덕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언덕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길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언덕이라 하기도 좀 우스운 높이지만
차에서 내려보니 제법 전망이 좋다.


(참새언덕에서 내려다 본 모스크바 시내)
 
 


참새언덕 길 건너편에는
모스크바 국립대학이 있다.
일반인은 출입금지라
그저 밖에서 사진이나 한장씩 찍는다.


(모스크바 국립대학)
 

오늘
패키지팀을 만나기로 한 곳은
참새언덕에서 가까운
코르스텐 호텔의 어느 한국식당.


(시내에서 좀 떨어진 외곽 참새언덕 인근의 코르스톤 호텔 단지에는 한국식당이 많다)
 

저녁 7시에
도착예정이었던
패키지 팀은
입국수속이 늦어진데다
마침 모스크바에서 개최중인
FIFA 컨페더레이션 컵 축구대회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더 심해진 교통정체로 인해
8시가 넘어서야 도착.
상견례를 하고
육개장 한그릇씩 먹은 후
호텔로 가기 위해 전세버스에 몸을 실으니
긴장이 다 풀린다.

가이드 언니는
버스에 타자마자
모스크바 지리, 역사에서
인근 건물의 이름과 에피소드까지
이야기를 좔좔 쏟아낸다.

 
 
(모스크바 강의 유람선, 우측은 라디슨 로열 호텔로 1957년 개장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이었다고 함)
 
 

'러시아연방 정부 청사'
(Правительство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현재는 러시아 총리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약칭으로 '하얀집'
(Белый Дом, 벨릐돔)이라고도 부른다.

어느나라나 어두운 과거가 있지만
이 '벨릐돔'도 뼈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93년
이곳 벨릐돔은
러시아 국회의사당으로 쓰였는데
당시 옐친 대통령과 국회가
극한적인 대립과 정치적 한판 승부를 벌였다고 한다.

옐친은 국회해산을 시도하고
국회는 옐친 탄핵을 시도하여
잠시 두명의 대통령이 존재하는 이상한 형국을 맞았는데
결국
옐친이 탱크를 동원하여
국회의사당에 실탄을 쏟아부은 후
정권을 다시 잡은 사건이다.

당시
죽은 사람이
수백명인지 수천명인지
그 정확한 통계는
아직도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그후
국회의사당은
다른 건물로 이전하고
지금은
러시아 연방 정부청사로 쓰인다.


 
(구글 펌 사진: 현재의 벨릐돔과 1993년 당시 불타고 있는 벨릐돔)
 

***

모스크바 강 한가운데
배를 타고 우뚝 서 있는
저 유명한
'표트르 대제'의 동상이 보인다.

© Mariss, 출처 Pixabay, 표트르 대제
 

 


이 동상에서
러시아 역사의 최고 주역인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여제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풀려 나오기 시작한다.
러시아 역사여행이 시작되고 있다.

***

다음편은
바실리 성당에서 러시아 역사를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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