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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친구들간 사랑과 우정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동양에서는 '관포지교(管鮑之交)"란 고사성어의 주인공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이, 서양에서는 성경 사무엘서에 등장하는 다윗(David, Давид)과 요나단(Jonathan, Ионафан)이 가장 대표적인 우정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동서양의 두가지 사례를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은데, 이들의 우정 이야기야 누구나 대충은 알고 있는 것이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요약해 보면...

(관중과 포숙 이야기)

기원전 750년경 중국은 고대국가 주(周)나라가 쇠망하면서 여러개의 제후국으로 나뉘어진 소위 춘추시대라 불리는 군웅할거 시대를 맞게 됩니다. 그 무렵 지금의 산동반도에 위치한 제(齊)나라에는 '관중'과 '포숙'이라는 두 아이가 태어나 친구가 되는데 그들의 우정 이야기는 사실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안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포숙'은 어려서 관중이 여기저기 말썽을 일으킬 때마다 대신 벌을 받기도 하고, 청년이 되어 함께 장사를 할 때는 관중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데도 그의 집이 가난하므로 당연한 일이라고 감쌌고, 나중에 관리가 된 후 주변에서 '관중'의 무능을 비웃을 때는 그의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을 뿐이라고 옹호해 줬는가 하면,  '관중'이 전쟁에 나가 3번 도망쳐 와 겁쟁이라 비난을 받자 그의 연로한 어머니 때문에 불가항력이었다고 변명해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당시 제나라 왕실에는 '규'와 '소백'이라는 두명의 후계자가 경쟁하는 상황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관중'은 '규'를, '포숙'은 '소백'을 각각 모시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어느날 갑작스런 내란으로 왕이 죽자 '규'와 '소백' 사이에는 왕위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관중은 '규'를 왕위에 앉히기 위해 '소백'에게 화살을 쏴 죽이려 하지만 실패하고 사로 잡히게 됩니다. 결국 왕위를 차지한 '소백'은 당연히 '관중'을 처형자 리스트 1순위에 올리는데, 바로 그 때 '포숙'이 나서서 "그는 제나라를 강대한 패권국으로 키울 수 있는 유능한 인재이므로 오히려 재상으로 등용함이 마땅합니다"라고 상소를 올립니다. 왕을 죽이려던 적장을 나라의 재상으로 쓰라니, '포숙'은 왕의 미움을 살게 두렵지 않았을까요.

암튼, '관중'은 사형당하는 대신 재상이 되어 제나라를 춘추시대의 제(齊), 진(晉), 초(楚), 오(吳), 월(越) 등 5패국중 최강국으로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고 오늘날도 중국 역사상 가장 유능한 재상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관중'을 위해 목숨걸고 왕에게 간한 '포숙'도 대단하지만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에게 중책을 맡긴 '소백'도 보통 인물은 아니죠. 그 '소백'이 바로 춘추시대 최고의 영웅호걸로 유명한 '제환공(齊桓公)'입니다. 한비자에 따르면, 그 후 환공은 '관중'에게 그의 후임자로 '포숙'을 지명할 생각을 넌지시 비쳤는데, 의외로 '관중'이 이를 강력히 반대하여 무산됐다고 합니다. "'포숙'은 지나치게 강직하고 괴퍅하고 사납기 때문에 재상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라는게 반대의 변이었답니다. 이런 배은망덕이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숙'이 '관중'을 욕했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또 '관중'이 '포숙'에게 어떻게 보응했다는 이야기도 전혀 없습니다. 단지 그는 만년에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다"란 말 한마디를 남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의 행동을 종합해 보면, '관중'은 재주가 많고 머리가 비상하지만 의리보다는 꿈과 포부가 큰 행동주의자였던 반면, '포숙'은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희생정신이 강하고 사익보다는 대의를 중시하는 외골수 이상주의자였던 것 같습니다.  


(다윗과 요나단 이야기)

'관중'과 '포숙'보다 약 250여년 앞선 기원전 1020년경, 사울왕의 시종 다윗과 사울왕의 아들 요나단은 친구가 됩니다. 이 두사람은 신분의 차이가 클 뿐 아니라 나이도 요나단이 최소한 20~30세 많습니다. 근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요나단은 사울왕의 맏아들로 차기 대권의 계승자이니 다윗 같이 비천한 목동 출신의 시종은 감히 쳐다 볼 수도 없는 높은 사람인데 말이죠.

요나단이 다윗을 처음 만난 것은 소년 다윗이 블레셋의 거인장수 골리앗을 무찌르고 이스라엘 진영에 막 돌아왔을 때로 보입니다. 사무엘 상 18장 1절에 "다윗이 사울에게 말하기를 마치매 요나단의 마음이 다윗의 마음과 연락되어 요나단이 그를 자기 생명같이 사랑하니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는 대적 블레셋에게 대승을 거두고 돌아 온 다윗에게 사울왕이 "너는 도대체 누구냐"라고 묻자 "나는 주의 종 베들레헴 사람 이새의 아들이니이다(사무엘 상 17장 58절)"라고 대답할 때, 곁에 있던 요나단이 다윗의 늠름한 모습에 반해 그를 자신의 생명처럼 사랑하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마음이 연락되었다'는 구절은 영어와 러시아어 성경에선 요나단의 영혼이 다윗의 영혼에 joined(결합), прилепилась(부착) 되었다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당시에 이미 수많은 전쟁터에서 전공을 세웠던 요나단이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어린 다윗의 용맹에 완전 매료된 것도 희한한 일이지만, 곧이어 사무엘 상 18장 3~4절에서 자신의 신분과 생명을 상징하는 갑옷과 칼과 활을 다윗에게 징표로 주면서 그에 대한 사랑을 맹세하는 일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에 반해 사울왕은 다윗이 점차 더 많은 전공을 세우면서 세간에서 "사울의 죽인 자는 천천이로되 다윗은 만만이로다"라고 칭송하자 자신의 대권 유지에 위기를 느끼고 다윗을 제거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물론 아들 요나단에게도 다윗을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상식적으론 당연히 요나단도 자신의 왕위 계승에 해가 될 수 있는 다윗을 없애 버리는게 좋을텐데, 그는 아버지에게 얻어 맞아 가면서 다윗의 무고함을 계속 항변했고, 최종적으로 아버지의 의지가 확고함을 확인하고는 다윗이 사울왕 손에서 벗어나 도피할 수 있도록 도와 주기까지 합니다.

나중에 사울왕과 요나단은 모두 전쟁터에서 죽게 되는데, 그 소식을 들은 다윗은 사무엘 하 1장 26절에서 "내 형 요나단이여 내가 그대를 애통함은 그대는 내게 심히 아름다움이라 그대가 나를 사랑함이 기이하여 여인의 사랑보다 승하였도다"라고 슬퍼합니다. 여기서 '아름다움'이란 영어에서 dear, 러시아어로 дорог로 번역되어 "경애하는"의 뜻이며 '기이하다'는 이상하다는게 아니라 영어로 wonder, 즉 경이롭다는 의미입니다. '승하였다'는 말은 "더 위대하다, 더 고귀하다'는 뜻이죠. 다윗은 후에 수소문하여 불우한 처지에 놓인 요나단의 아들을 극진히 보살펴 주기도 합니다.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지도자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두 우정의 비교평가)

위 사례를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우정과는 좀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경우가 모두 상당히 일방향으로 이뤄진 우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요. 우정이란 서로 주고 받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근데 '관포지교'에서는 포숙이 관중에게,' 다윗과 요나단'에서는 요나단이 다윗에게 일방적으로 은혜를 베풀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사익보다는  대의를 중시하는 한 친구의 희생과 사랑을 바탕으로 다른 한 친구가 역사에 기록할만한 큰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는데 이야기의 촛점이 맞춰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친구에 대한 우정을 넘어서' 여인의 사랑보다 승한' 목숨을 건 사랑이 있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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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상 18:1] 
다윗이 사울에게 말하기를 마치매 요나단의 마음이

 다윗의 마음과 연락되어 요나단이 그를 자기 생명같이

 사랑하니라


[사무엘하 1:26] 
내 형 요나단이여 내가 그대를 애통함은 그대는 내게 

심히 아름다움이라 그대가 나를 사랑함이 기이하여 

여인의 사랑보다 승하였도다

[I Samuel 18:1] Now after David's talk with Saul was ended, 

the soul of Jonathan was joined with the soul of David, 

and David became as dear to him as his very life.


[II Samuel 1:26] 
I am full of grief for you, my brother Jonathan: 

very dear have you been to me: your love for me

was a wonder, greater than the love of women.

[1-я Царств 18:1]
Когда кончил Давид разговор с Саулом,

 душа Ионафана прилепилась к душе его,

 и полюбил его Ионафан, как свою душу.


[2-я Царств 1:26]
Скорблю о тебе, брат мой Ионафан; 

ты был очень дорог для меня; 

любовь твоя была для меня превыше 

любви женской.


(주요단어)

[사무엘상 18:1]
러시아어 성경에서 사무엘 상·하, 열왕기 상·하는 각각 1-я Царств, 2-я Царств, 

3-я Царств, 4-я Царств로 불림.  여기서 Царств는 царство(왕국, 왕조)의 

복수생격,  '1-я'는 первая의 약어로 뒤에 книга가 생략된 것임. 즉,

 первая книга царств으로 직역하면 '왕조들의 제1서', кончить

 "끝내다, 마치다, 완료하다",  разговор는 "대화, 이야기, 좌담", 

прилепиться는 "붙다, 접착되다, stick"로 뒤에 전치사 'к + 여격'이 옴. 

[사무엘하 1:26]
скорбеть는 "~를 애도하다, 애통하다, 슬퍼하다", 

뒤에 전치사 'о + 전치격'이 온다. дорог дорогой의 

단어미형으로 보통 "값비싼, 귀한" 등의 뜻이지만

 여기선 "친애하는, 사랑하는". для меня에서 меня는 

я의 생격으로 "나에게는". превыше는 "더 높은, 더 강한,

 훨씬 더 위에 있는",  любви женской

 любовь женский(여자의 사랑)의 생격변화형으로 

비교급 뒤에서 비교대상의 기능을 하는 생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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