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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Брать с потолка (천장에서 잡다)

손도 안 닿는 높은 천장에 손을 휘저어 봐야 잡을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이 구절은 우리 말의 "구름 잡는다"는 말과 맥락이 통한다. 명확한 근거나 데이터도 없이 무슨 계획을 세우거나 결정을 내리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러시아의 어떤 옛날 신문기사 제목이 В России перестали брать зарплаты с потолка (러시아 급여가 '천장에서 잡기'를 중지했다). 뭔 소린가 싶은데, 기사내용을 보니까 '러시아 기업들이 과거엔 임금 인상률을 뚜렷한 근거 없이 대충 결정했으나 앞으로는 경쟁력, 생산성 등을 면밀히 감안해서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즉, 러시아 기업들의 구름 잡는 임금책정 관행이 사라질거라는 기사다. потолка는 потолок(천장, 지붕, 한도)의 생격, с потолка는 이미 사전에 "충분한 근거없이, 생각나는대로, 되는대로" 등의 뜻으로 등재된 숙어다. 'перестать + 동사원형'은 "~하기를 중단하다"



17. У страха глаза велики (공포에는 아주 큰 눈이 있다)


우리 속담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과 비슷하다. страх는 "공포, 두려움"이다.사람이 갑작스런 공포상황에 닥치면 제일 먼저 동공이 넓어진다. 위기상황을 재빨리 파악해서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혈액을 팔 다리로 집중시켜 신속히 위기를 탈출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 과정에서 혈액이 갑자기 빠져 나간 부위는 체온 보존을 위해 땀구멍을 좁히니 소름이 돋는다. 인체의 신비한 위기 대응 시스템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번 경험한 공포가 트라우마로 남아서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실제로는 위험이 없는데도 위기로 인식해 깜작깜작 놀라게 된다는 것. 생선 먹고 체해서 평생 물고기는 쳐다 보지도 않는 트라우마 정도야 별거 아니겠지만 세월호 같은 대형 참사의 피해자들은 일상 생활이 불편할만큼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외국의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같은 트라우마는 유전될 수도 있다고... 완전 검증된 이론은 아니지만 생쥐실험을 통해 특정 공포상황에 대한 대응의식이 유전자에 새겨져서 후손에 전해지는게 확인됐다고 한다.



18. Быть не в своей тарелке (당신 자신의 접시에 있지 않다)


초대받지 않은 곳에 가서 남의 접시에 음식을 얻어 먹게 되면 아무래도 어색하고 불편할 것이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데서 뭔가 꾸역꾸역 해야만 하는 불편한 상황이 바로 Быть не в своей тарелке다. 그런데 사실 이 구절은 옛날 프랑스에서 들어 온 말이 잘못 번역돼서 전해진 것이라 한다. 프랑스어의 N'est pas dans son assiette(당신의 자리에 있지 않다)란 속담에서 assiette가 현대 프랑스어에선 '접시'이지만, 원래 뜻은 접시가 아니라 "앉다, 자리잡다"란 뜻의 asseoir 동사에서 나온 명사 즉, "자세, 자리"를 의미했다는 것. 따라서 이 속담이 러시아에 전해졌을 때는 тарелка(접시) 대신 место(자리)로 번역됐어야 하는데 당시는 이미 assiette가 '접시'를 뜻하는 단어로 널리 쓰였기 때문에 이런 번역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접시라는게 유럽 식탁문화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럽 가정의 식탁에 접시가 쓰이기 시작한건 도자기 기술이 보편화된 16세기 이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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