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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신 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모두 일곱 마디의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이 말씀을 우리말로는 '예수님의 가상칠언(架上七言)', 영어로는 'The seven last words of Our Saviour on the cross',  러시아로는 'Семь последних слов Христа на кресте' 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일곱 구절의 말씀에는 인간의 육신을 입고 십자가 고난에 임하는 예수님의 지독한 정신적, 육신적 고통이 배어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사역의 온전한 완성을 선언하고 원수에 대한 용서와 하나님께 영혼을 의탁하는 마지막 기도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교향곡의 아버지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은 이 성경구절을 가지고 1787년 '구세주가 십자가에서 남긴 마지막 일곱 마디 말씀' (The seven last words of Our Saviour on the cross)이란 제목의 오라토리오를 작곡했습니다. 당시 유럽의 카톨릭 교회에서는 '성 금요일'(부활절 직전 금요일) 예배 때 사제가 이 7마디의 말씀을 한마디 설교한 후 제단 앞에서 10분정도 무릎 꿇고 기도한 다음 다시 제단에 올라가 다음 말씀 한마디를 설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설교의 사이 사이 비는 시간마다 연주할 음악이 필요했었다고 합니다.

하이든은 스페인의 남서부 해안도시 '카디스'(Cadiz)의 한 교회로부터 작곡 의뢰를 받아 이 곡을 만들게 되는데, 그는 단순히 미사에 사용되는 교회음악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공연음악으로서의 가치를 담아내고자 정성을 들였던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맥이 끊어지는 이 음악이 어떻게 하면 청중이 지루해 하지 않고 귀를 기울이는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심했다고 합니다. 이 곡은 스페인 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교회로 확산되었고 하이든은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이 오라토리오 곡을 현악 4중주곡, 피아노 독주곡 등으로 개작해서 여러가지 버전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곡은 하이든 작품 가운데 최고 걸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하이든 스스로도 가장 흡족해 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하이든의 현악 4중주 Op.51은 원곡이 초연된 바로 그해 1787년에 개작된 작품입니다. 위 유튜브 음원은 오스트리아의 4중주단인 'Quatuor Mosaïques'가 연주한 곡으로 다음과 같은 9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Introduzione: Maestoso ed adagio (0:00)
2. Sonata I: Largo (6:14)
3. Sonata II: Grave e cantabile (13:12)
4. Sonata III: Grave (23:02)
5. Sonata IV: Largo (34:50)
6. Sonata V: Adagio (43:32)
7. Sonata VI: Lento (51:33)
8. Sonata VII: Largo (59:25)
9. Il terremoto: Presto e con tutta la forza

(1:08:05)

1번 곡은 서곡이고 소나타 1부터 소나타 7까지가 예수님의 일곱 마디 말씀에 대한 곡이며 9번 곡은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어둠이 내리고 성소의 장막이 찢어지고 지진이 일어난 사건에 관한 에필로그 곡입니다. Il terremoto는 이탈리아어로 '지진'이라고 합니다.


(한글성경)

'예수님의 가상칠언(架上七言)'

1.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누가복음 23:34)

2.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누가복음 23:43)

3. (어머니에게)"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제자에게)"보라 네 어머니라"(요한복음 19:26~27)

4.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태복음 27:46)

5. "내가 목마르다"(요한복음 19:28)

6. "다 이루었다"(요한복음 19:30)

7.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누가복음 23:46)


(영어성경)

'The seven last words of Christ from the cross'

1. "Father, forgive them, for they do not know what they do."(Luke 23:34)

2. "Truly, I say to you, today you will be with me in Paradise."(Luke 23:43)

3. (To his mother)"Woman, this is your son."(John 19:26)

(To his disciple)"This is your mother."(John 19:27)

4. "My God, my God, why have you forsaken me?"(Matthew 27:46)

5. "I thirst."(John 19:28)

6. "It is finished."(John 19:30)

7. "Father, into your hands I commend my spirit."(Luke 23:46)


(러시아어 성경)

'Семь последних слов Христа на кресте'

1. "Отче! прости им, ибо не знают, что делают."(От Луки 23:34)

2. "истинно говорю тебе, ныне же будешь со Мною в раю."(От Луки 23:43)

3. (Матери)"Жено! се, сын Твой." (ученику)"се, Матерь твоя!"(От Иоанна 19:27)

4. "Боже Мой, Боже Мой! для чего Ты Меня оставил?"(От Матфея 27:46)

5. "Жажду."(От Иоанна 19:28 )

6. "Совершилось!"(От Иоанна 19:30)

7. "Отче! в руки Твои предаю дух Мой."(От Луки 23:46)


(주요단어와 해석)

последних는 последний의 복수 생격, последний는 "마지막의, 최후의, 최근의, 최신의"이라는 여러가지 뜻이 있고 대명사로 "후자"란 뜻도 가지고 있다. крест는 "십자가"

1. Отче는 아버지 отец의 호격(고어)으로 "아버지시여", прости는 простить 동사의 ты 명령형, простить는 "용서하다"

2. истинно는 "진실로, 진짜로, 진정으로", ныне도 고어로 "지금, 오늘", рай(천국)의 전치격은 рае지만 전치사 в와 함께 쓰일 때는 전치사 в раю.

3. се도 고어로 "여기", 'Жено! се, сын Твой.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란 구절은 매우 논란이 많고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인데... 얼핏,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린 자기 자신을 가리켜 '제가 어머니의 아들인데 이렇게 고통받고 있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셔요"하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성경이 막장 드라마처럼 아주 이상해진다. 이 구절은 어머니 마리아 옆에 있는 제자 요한을 가리켜 "이제부터는 요한이 당신의 아들 노릇을 할겁니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분들의 주장이 맞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석하면 바로 이어서 요한에게 하신 말씀, "앞으로 나의 어머니를 너의 어머니로 모셔 달라"고 부탁하는 구절과 뜻이 어울린디. 즉, 두 구절로 나뉘어 있지만 어머니 마리아를 제자에게 부탁하는 하나의 구절로 봐야 한다.

또 'Жено! 여자여!'란 호칭도 무지 논란이 많은데 자기 엄마를 '여자여'라고 부르는 패륜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것도 번역상의 문제인 것 같다. 한글성경에선 '여자여', 영어성경에선 'Woman'이라고 아주 단순하게 번역해 놓았으니 오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근데 묘하게도 러시아 성경에선 예수님이 어머니를 '여자여'라고 부른 경우가 두번(이번과 잔치집 포도주 만드실 때) 나오는데 모두 Жено!로 번역하고 있는 반면, 다른 구절에서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를 호칭할 때는 Жена!로 번역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Жена는 그야말로 '여자, 부인, 아낙네'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럼 Жено는 무슨 뜻일까? 안타깝게도 이건 사전에 나오는 단어가 아니라 내 지식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다만, 어느 목사님의 해석에 따르면, '여자여'의 히브리 원문은 원래 왕족 여자를 대하거나 자기의 소중한 가족, 아내 등을 부를 때 쓰는 존칭이었다고 한다. 우리말로 따지면 어마마마, 여사, 부인 등의 뜻이었던 모양이다.

4. для чего는 영어의 'for what'과 같아서 '무엇을 위해, 무슨 용도로, 왜', оставить는 "내버려두다, 방치하다, 돌아보지 않다, 포기하다, 떠나가다", 예수님이 마지막에 하신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 말씀은 시편 22장 1절과 43장 2절에 이미 기록되어 있는 구절이다. 다윗이 고난에 처해 있을 때 하나님께 드린 간절한 기도문의 일부인 것이다. 특히 시편 22장 전체를 읽어보면 예수님이 왜 이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가 된다.

5. Жажду는 жаждать 동사의 현재 1인칭, жаждать는 "목마르다, 갈망하다, 열망하다", 이 단어는 고어로서 글에서 '갈망하다'는 뜻으로 더러 쓰이고 갈증이란 명사형으로 жажда가 쓰이는 정도이며, '목마르다'는 일상적인 회화체 표현으로는 Я хочу пить.(물 마시고 싶다)가 쓰인다.

6. Совершилось는 совершиться 동사의 중성과거형, совершиться는 "완성되다, 이뤄지다", 여기서 주어는 ето가 생략된 것으로 예수님의 사역과 하나님의 계획 전체를 뜻함.

7. предаю는 придать 동사의 1인칭 현재형, придать는 "붙이다, 첨부하다, 배속시키다", 이 단어는 성경에 수백 번 나오는 단어로 '하나님이 대적을 누구의 손에 붙이셨다'라는 문장에서 많이 쓰인 단어이다. 여기서 붙인다는 말은 '누구의 처분에 맡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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