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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리가(Riga) 시내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다우가바'(Daugava) 강의 푸른 강물이 잔잔하게
우리를 반겨준다.

 

 
 
 
 

'다우가바' 강은
남동쪽의 러시아 땅에서 발원해
벨라루스 국경을 거쳐
라트비아 전 국토를 통과한 후 발트해로 흘러 나가는
약 1천 Km에 이르는 긴 강이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는
바로 이 '다우가바' 강의 하구에서
15Km 안쪽에 위치한
천혜의 항구에 자리잡고 있다.

리가는 인구 64만명으로
오늘날
발트3국에서 제일 큰 도시이지만
역사적으로도
북유럽에서 가장 교통과 산업과 무역이 활발했던
도시의 하나였다.

1100년대부터
독일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의
중심도시였으며
제정 러시아 시절에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어
러시아 3대 산업도시로도 이름났었다고 한다.

***

한자(Hansa)란
중세 독일어로 '호송선단'을 뜻한다.
당시 독일 북부의 뤼벡과 함부르크 지역 상인들이 주도해서 결성한
한자동맹은
북부독일, 영국, 스웨덴,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러시아 등
발트해 연안국가 간의 안전한 교역과 이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민간무역기구였던 셈인데
해적으로부터 상단을 보호할 수 있는
자위대까지 운영했다고 한다.
1500년대 이후
스웨덴이 발트해 지역을 지배하기 시작하고
네덜란드의 상권이 강화되면서
한자동맹은 점차 소멸되었다.

***

그러나
한자동맹 이후로도
리가에는 수많은 독일인들이 남아 있어서
18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리가 인구 중 독일인의 비중이 40%를 넘고
독일어가 공용어로 쓰이기까지 했으며
아직 리가시 곳곳에 독일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나중에
러시아가 점령한 후에는
독일인이 대부분 추방된 대신
러시아인의 비중이
40% 가까이로 늘어났다고 한다.

***

(House of Blackheads)
리가 시내투어는
시청 광장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시청보다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것은
라트비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는
House of Blackheads 다.

직역해 보면
'검은 머리들의 집' 정도가 되겠다.
좀 우습게 번역해 보면
흑두채(黑頭寨)는 어떨까.
왜 이런 희한한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이상한 이름 속에는
상당히 숭고한 뜻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House of Blackheads)
 

 

House of Blackheads는
1334년
리가에서 장사를 하던 총각 사업가들이 결성한 모임인
Blackheads Society
즉, "흑두회"의 본부 건물이었다고 한다.

회원간 친목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Blackheads Society는
각종 페스티발과 파티 및 경기시합을 주최하여
북유럽에서 소문난 친교모임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이들이 주최하는 무도회 파티에는
러시아 황제들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House of Blackheads의 현관, 성모마리아와 검은머리 기사의 부조)
 

 

이 건물의 각종 장식을 보면
매우 기독교적이며 동시에 기사도 정신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Blackheads Society를 구성하는
젊은 상인들은
아마도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회원간의 단합과 의리를 중요시했던 것 같다.

이들이
모임 이름에 붙인
Blackheads는 다름아니라,
로마제국이 아직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전인
서기 287년
이집트 군대의 기독교도 수천명이
로마제국의 기독교 탄압에 저항하여
신앙을 위해 똘똘 뭉쳐
전원 순교한 사건을 기념하는 의미라고 한다.

당시
로마제국의 황제 막시미안은
스위스의 반란세력을 진압하기 위한 전쟁에
속국이었던 이집트 군대를 징발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
막시미안 황제는
로마 신에게 감사의 제사를 올리면서
모든 병사가 로마 신에게 경배할 것을 명한다.
그러나
이집트군의 대장, '모리스'(Maurice)와 그의 부하 6,600명은
대부분 기독교인으로서
로마의 이방신에 대한 참배를 거부한다.

분노한
막시미안 황제는
모리스 군대를
10명에 1명씩 계속 처형시키면서
참배를 강요했지만 실패하자
동료 기독교인을 죽이는 자는 살려주겠다는
야비한 명령까지 발동한다.

이에도 불구하고
'모리스' 군대가 일치단합하여
황제의 명에 불복하자
결국
막시미안 황제는
대장 '모리스'와 6,600명의 이집트 군대를 모두
처형해 버리는
역사적인 만행을 감행하였다.

로마의 기독교화 이후
'모리스'는 성인으로 추존되어
'성 모리스'(Saint Maurice)로 불리게 되며
당시 대량 학살이 있었던
스위스 남동부의 그 장소에는
오늘날
작은 도시가 들어서 있는데
그 도시명도 '생모리스'(Saint-Maurice)다.


(Saint Maurice)
 

***

(House of Blackheads 앞의 광장바닥에 있는 표지석 : "리가의 첫 크리스마스 트리가 1510년 이곳에 세워졌었다")
 

 

오늘날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언제부터 장식되기 시작했을까.
독일과 프랑스 경계의
알사스 지방에서
1500년대 중반 처음 설치되기 시작했다는 설이 유력한데
사실 확실한 것은 아니다..

Blackheads Society가
House of Blackheads의 앞마당에
1510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다는
표지석이 있는걸 보면
라트비아가 크리스마스 트리의
진정한 원조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House of Blackheads의 맞은 편에 있는 리가 시청)
 

 

시청 건물도
상당히 예쁜 편인데
House of Blackheads 때문에
관광객들에겐 좀 홀대 받는 느낌이 든다.

***

시청광장에서
눈에 띄는 또하나의 건축물은
엄청 뾰족하고 높은 첨탑을 가진
성 베드로 교회다.

 

 
(성 베드로 교회의 첨탑은 시내 어디서도 보일정도로 높다)
 
(성 베드로 교회의 3개 현관이 아름다운 대칭을 이루고 있다)
 
 

 

성 베드로 교회 한켠에는
독일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의
캐릭터들을 모델로 한 조각품이 있어
독일 상인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독일동화 브레멘의 음악대의 당나귀, 개, 고양이, 닭 등 캐릭터를 형상화한 조형물)
 
(세례요한에게 봉헌된 성 요한 교회)
 
 
 
(리가시 구시가지의 예쁜 골목들)
 

 

성 요한 교회 사잇길로
예쁜 골목을 지나다 보면
'리하르트 바그너'길이라는 거리가 나온다.

 

('리하르트 바그너' 거리)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는
아직 20대 중반의 신출내기였을 때인 1836년,
리가시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2년간 일한 적이 있다.

당시
바그너는
빚에 쪼들려 야반도주하다시피
리가를 떠났는데
지금은
그의 이름을 붙인 음악당과 거리가 생겼고
일부 음악인들은 리가를
'바그너의 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리가의 고양이, Riga Cats)
 

 

건물 꼭대기에
고양이 한마리를 조각해 놓은게 보인다.
원래
이 집의 맞은 편에는
리가의 상인길드 건물이 있었는데
이 집주인이 길드에 가입하려다가 거절당하게 되자
이 잔뜩 화난 고양이를 조각해
그 똥꼬를 길드 건물 쪽으로 향하게 했다가
나중에 가입이 허락된 후에야
방향을 바꿔놨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별거 아닌 얘기를 갖고
관광자원화하는 스토리텔링의 표본이긴 하지만
이것 역시
상인길드와 관련된 이야기라 흥미롭다.

 

(1935년에 세워진 자유의 여신상)
 
 
(화약탑과 전쟁박물관)
 
(구시가지에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고성 일부)
 
 
(스웨덴 문, Sweden Gate, 1600년대 스웨덴의 지배시절 세워진 문이라고 함)
 
(리가 대성당으로 가는 길)
 
(리가 대성당, Riga Cathedral)
 
(리가 대성당 광장의 시장터)
 
 

리가 대성당은
지붕이 돔으로 되어 있지 않지만
돔 성당이라고도 부른다.
독일어의 흔적이다.
독일어로 Dom은 대성당을 뜻한다.

이 성당은 곧
리가시의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리가시는 독일 브레멘과 함부르크 추기경이었던
'알베르트' 신부가  동유럽으로 기독교를 전파 하면서
1201년 건설한 도시이고
1221년 처음 완공시킨 교회가 바로
리가 대성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베르트' 추기경 덕분에
라트비아에 기독교가 일찍 전파된건 맞지만
실제로 라트비아 사람들에게는
기독교 신앙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젖어있었던 토속신앙과 혼합된
변질된 종교 형태로 유지되다가
종교를 금지한 러시아의 통치시대를 거친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신론자로 남아
독실한 기독교 국가인 리투아니아와 대비가 된다.

 

 

리가 대성당 광장의
장터에는 많은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있는데
특히 꽃가게들이 많다.

꽃가게마다
제부슈카들이 예쁜 화관을 만들어
자기들도 쓰고 팔기도 하는게
인상적이다.

 

 
(화관을 쓴 여자 아이가 너무 예쁘다. 허락받고 촬영)
 
 
(성 야고보 교회, St. James Church)
 
(삼형제 건물)
 

 

삼형제 건물은
15~17세기에 지어진
리가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건물로 유명한데
현재는
라트비아 건축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스도 강탄교회, Cathedral of Nativity of Christ, 러시아 정교회)
 
(라이니스, Rainis, 라트비아의 유명한 시인)
 


***

다음은
라트비아 시굴다를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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