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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리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굴다'(Sigulda) 로 이동해
'구트마니스' (Gutmanis) 동굴과
'투라이다'(Turaida) 성을 보러 가는 날이다.

이 지역은
아름다운 강과 계곡과 숲으로 둘러싸인
 '가우자'(Gauja) 국립공원의 일부로
특히 '구트마니스' 동굴 부근은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구트마니스 동굴)


'구트마니스' 동굴은
 발트지역에서 가장 큰 동굴이라고 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누구나 조금은 실망할 것이다.
우리나라 동굴처럼
수키로미터는 고사하고 몇십미터도 되지 않는
그저 땅이 약간 움푹 들어간 지형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굴에는 이미 수백년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던 흔적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동굴벽에 낙서가 금지되어 있지만
오래전에는
관광객을 위해 이곳에 글자와 그림을 대신 새겨주는
장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동굴의 안쪽에는
맑은 샘물이 솟아나고 있는데
아주 예전에는
이 샘물이 병을 치유하는데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났었던 모양이다.

'구트만'(Gutman)이란
이름 자체도
사실 독일어로 '선한 사람'이란 뜻이다.
옛날
어떤 사람이 이 동굴에 살면서
이 샘물로 병든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선행을 베풀었고 
그래서 '구트만' 동굴이라 부르게 됐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동굴 속의 샘물)
 

 

이 동굴벽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사람들은
이곳을 다녀갔다는 표시라기보다는
아마도
고질병을 치유받고 싶은 염원을
새겨 넣었던 것이 아닐까.

 

 

동굴 한켠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색소폰으로 '백만송이 장미'를 연주하면서
관광객을 맞고 있다.

'백만송이 장미'가
라트비아 노래라는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81년
라트비아 가요제에서 수상한 곡으로
나중에 러시아 등의 유명가수들이 번안해 부르면서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고 한다.
그러나
원곡의 가사는
장미꽃과 사랑을 주제로 한 것이 아니라
라트비아의 역사적 고난을 노래한
슬픈 내용이라고 한다.

 

(구트마니스 동굴에 얽힌 애닯은 사랑 이야기, 라트비아판 로미오와 줄리엣, 전설 or 실화?)
 

 

'구트마니스' 동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투라이다의 장미' 이야기)
1600년경 
스웨덴과 폴란드가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던 시기의 이야기다.
'투라이다'(Turaida) 성의 한 관리가
전쟁터의 많은 시신 속에서
살아있는 간난아기 하나를 발견해 자기 딸로 키운다.
5월에 발견됐다 해서 이름을 '마야'(Maija)로 지었다.
마야는 아름다운 처녀로 자라게 되는데
너무 예뻐서
'투라이다의 장미'라는 별명을 얻는다.

'마야'는
인근 '시굴다 성'의 정원사인 '빅토르'와 사랑에 빠져
'구트마니스' 동굴에서 밀회를 즐기곤 했다.

어느날
폴란드의 도망병 하나가
이곳을 지나다 '마야'를 보고 흑심을 품는다.
그는 사람을 시켜
'구트마니스' 동굴에서 만나자는
'빅토르'의 편지를 가짜로 만들어 '마야'에게 전달한다.

동굴에 도착해서
마수에 걸려든 것을 알게된 '마야'는
한가지 꾀를 생각해 낸다.
그녀는
'빅토르'가 선물로 준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있었는데
' 이것은 요술 스카프이기 때문에
아무리 칼로 찔러도 상처를 낼 수 없을 것'이라며
한번 찔러 보라고 한다.
도망병은 그녀를 찔렀고 그녀는 죽었다.

밤중에
그녀를 찾아 동굴에 온
'빅토르'는 살인 누명을 쓰고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혀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러나
 도망병의 사주를 받아
가짜 편지를 전달했던 사람이
증인으로 나섬으로써
'빅토르'는 무죄로 풀려난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단지 전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지역 문서고에서
1800년대 중반
'마야 살인사건에 관한 재판기록'이 발견됨으로써
실화라는게 밝혀졌다고 한다.

***

('투라이다'(Turaida) 성)
구트마니스 동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투라이다' 성은
차를 타고 가보면 잘 모르지만
하늘에서 보면
완전 숲속에 파묻혀 있는
아름다운 성이다.

 

 
(하늘에서 본 '투라이다' 성, Turaida Castle, 성의 주변으로는 '가우자' Gauja 강이 흐른다, 사진출처: turaida-muzejs.lv)
 
('투라이다' 성의 인근 공원지역은 투라이다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투라이다 보호구역 입구)
 

 

 '투라이다' 성으로
올라 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초원과
민속 조각공원이 있다.

 

 

 

조각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라트비아 조각가 인둘리스 랑카(Indulis Ranka)의
Father of Folk Songs,
'포크송의 아버지'라는 제목의 화강암 조각품이다.

 

 
 
(민속음악에 대한 세대간 갈등을 그린 작품이라고 함)
 

***

 

이 짙푸른 숲속 한가운데
'투라이다' 성은 무슨 목적으로 지어진 것일까.

이 성은
1200년대 초반
리가시의 설립자이자 추기경인 '알베르트' 신부의 지시에 따라
추기경 휘하의 기독교 기사단이
리가시 방어용 요새로 건설한 것이라 한다.

 

 
(투라이다 성의 주탑,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
 
 
 
(투라이다 성 주탑의 전망대와 경치)
 
(내부는 박물관으로 고대유물들이 많다)
 

 

***

투라이다 보호구역에서
나오는 길목에는
 린넨 가게가 있어서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가이드에 따르면
라트비아에서 쇼핑할건
바로 린넨으로 만든 옷이나 스카프, 식탁보 등이라고 한다.
질좋은 아마섬유와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제
아름다운
'투라이다' 보호구역을 뒤로 하고
라트비아를 떠나
에스토니아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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