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우리는
라트비아 국경을 넘자마자
발트해변에 위치한
'페르누'(Pärnu)라는 도시로 달렸다.

 

 

'페르누'는
에스토니아의 4번째 큰 도시로
역시
독일 사람들에 의해 건설됐으며
한자동맹의 주요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바다가 없는
우즈벡에서 살다보니
1년만에 보는 바다인데
오랜만에 보는 그 바다가 바로 '발트해'라니...
왠지 낭만적으로 들리는 '발트해'
왜 이 바다를 '발트'라고 부르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사실 발트해는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의 해협 십수킬로미터만
흙으로 메워버린다면
거대한 호수가 되어버리는 곳이다.
평균수심 50미터에 가장 깊은 곳도 450미터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작은 지중해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육지에서 흘러드는 담수로 인해
염도가 다른 바다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한다.

'발트'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바다의 모양이 긴 벨트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라틴어로 벨트를 뜻하는 '발테우스'(balteus)에서
그 이름이 비롯됐다는 설이다.

또 한가지 설은
발트어에서  '발트'란 말이 '하얀빛'을 뜻하며
발트해의 물빛이 좀 희뿌옇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물 색깔이 다소 연한것 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얗다고 하기는 좀 ...

 
(페르누 해변에서 바라 본 발트해, 여늬 바다처럼 파란색이다)
(수심이 앝아서 수백미터 앞으로 나가도 무릎을 넘지 않는다)
 
(수심이 너무 얕다보니 물빛이 하얗다는 것일까?)
 
 
(페르누 해변의 모래사장 길이는 2km가 넘는다)
 
 

 

***

발트해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고나니 기분이 새롭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으로 출발.
발트3국중
우리의 마지막 행선지인
탈린에 도착하니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다.

(탈린 구시가지 성벽 입구)

 

탈린 구시가지는

오래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군데군데 과거 군사용 수비시설로 쓰였던
성탑들이 서있다.

구시가지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거리인 '비루'가(Viru Street)의 초입엔
두개의 성탑이 나란히 서 있는데
'비루 게이트'(Viru Gate)라고 불린다.

구시가지 구경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어느 중국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인근 상점에서
호박 쇼핑을 하기로 했다.

 
(Viru Street 초입의 중식당 사계미)
 

***

에스토니아 쇼핑은
역시 호박이다.

 


에스토니아 호박이 유명한걸까.

색깔이나 모양, 크기도 너무 너무 다양한데
도대체 어떤게 좋은거고
어떤게 비싼걸까.

(호박, Amber 이야기)
호박이란
침엽수의 송진이 오랫동안 고온, 고압의 땅속에 묻혀
보석처럼 단단하게 화석화 된 물질이다.
한자로 琥珀(후뽀),
영어로 Amber(앰버),
러시아어로 Янтарь(인따리)라고 한다.

송진이 석화되어
호박이 되기까지는
믿기 어렵지만 수천만년이 걸린다고 한다.

호박의 주생산지는
발트3국을 포함,
폴란드, 독일, 덴마크 등 발트연안국, 그리고
중남미의 도미니카, 콜롬비아, 아시아의 미얀마 등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전체 호박 생산량의 90%를
발트 연안국이 차지하고 있다.
발트해 지역에서도
러시아 땅인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가 주 생산지다.

 

'칼리닌그라드'는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나라 강원도 넓이의 땅인데
러시아 본토와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엄연히 러시아 영토다.
역사적으로는
주로 독일이 이땅을 지배했었지만
세계2차대전을 거치면서
러시아에 귀속되었다.

칼리닌그라드에서
채굴되는 호박 원석은
주로
바닷가의 모래에서 사금 걸러내 듯 하거나
아니면
바닷가 암석에서 굴 따듯 채취한다고 한다.

뭔 소린가 싶지만
원래 수천만년전
나무에 뭉쳐 있었던 송진 덩어리들이 
대홍수 때 바닷가로 쓸려 내려가
깊은 땅속에 파묻혀 있다가 화석이 된 후
지층의 침식과 융기작용 때문에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간다.

이렇게 해서
캐내는 호박 원석이
연간 450톤,
앞으로도 300년 정도는
채취할 수 있는 호박이 매장돼 있다고 한다.

(발트 호박 원석)
 

 

우리가
주로 보게 되는 호박은
꿀과 같은 노란색의 투명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호박을 다음의 몇가지 기준으로 분류하고
가치를 평가한다.

우선 색깔의 종류와 생산량 분포를 보면
1. 노란색 : 70%
2. 검정색 : 15%
3. 빨간색(체리색) :  2~3%
4. 초록색 : 2%
5. 하얀색 : 1~2%
6. 푸른색 : 0.2%
등이라고 한다.

 
 
 
 
 
 
 

 

물론

생산량이 적은 색깔일수록 비싼건 당연한데
색깔보다도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가격 변수는
그 속에 어떤 종의 생물이 들어 있는지 여부다.

일반 화석과 달리
호박에 들어 있는 생물은
수천만년전 당시의 3차원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희귀한 동식물이 들어있는 것은
원석 한알에 수만달러를 호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특수한 색깔을 제외하면
호박 원석은
채취하는 비용도 안나올만큼 값이 싸다고 한다.
원석은
모양도 예쁘지 않지만
색깔이 대부분 불투명해서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인 호박의 가격은
원석을 어떻게 자르고 갈고 광택을 내서
상품화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디자인 감각과 세공기술이 좋으면서
인건비도 저렴한 나라에서 가공된 것을 찾게 되는데
이런 점에서
에스토니아 호박제품이 경쟁력을 가진다는게
가이드 언니의 설명이다.

근데
벌레나 꽃이 들어 있다고
다 좋은건 아니라고 한다.
호박은 유기물질이기 때문에
고온으로 녹여서
벌레를 집어넣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열처리나 코팅 가공을 통해
알을 크게 만들거나 색깔을 입히기도 하고
뿌연 호박을 투명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노란 색깔의 일반적인 호박은
알이 크고 투명할수록 더 비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건 호박 원재료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니
그나마 봐줄만 하지만
코팔(Copal)이라고 부르는
약 100~1000년 정도 묵은, 강도가 크게 떨어지는 송진 덩어리를
호박이라고 속이는 경우도 있고
아예
플라스틱이나 셀룰로이드 등으로 만든
완전 가짜도 있다고 하니
모양에 비해 가격이 너무 싼건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호박궁전이라고도 불리는 러시아 예카테리나 궁전, 방의 벽과 장식이 온통 호박으로 되어있다)
 

***

다음은
탈린 구시가지를 돌아본 후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합니다.

 

 

 

 

반응형
댓글